Genesis: Continuum of Aesthetics
예술과 패션, 그리고 역사가 축적된 파리 마레 지구에 K.ULTURE PBG가 새로운 공간을 연다. 이번 개관전 《Genesis: The Continuum of an Aesthetic》는 한국에서 형성된 미학적 감각과 조형 언어를 프랑스의 예술적 맥락 안에서 선보이는 자리이다. 이는 시간의 층위와 동시대의 감각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드러내며, 동시대 미술의 실천을 국제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출발점이다.
한국 현대미술은 오랜 시간 축적된 절제와 사유의 태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 언어와 만나며 변화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전통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형식 안에서 새롭게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최영욱, 하태임, 윤병락, 장마리아, 임미량, 최혜지는 동시대의 시선과 형식을 통해 축적된 감각을 현재의 언어로 전환한다. 최영욱의 달항아리에서 발견되는 선은 비움과 순환의 사유를 환기하고, 하태임의 색채는 굴절과 중첩을 통해 감각의 층위를 형성한다. 윤병락은 치밀한 묘사로 물질의 생동을 드러내며, 장마리아는 밀도 높은 질감으로 응축된 힘을 형상화한다. 임미량은 무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필치로 내면의 시간을 기록하고, 최혜지는 일상을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이들의 작업은 전통을 직접 인용하기보다, 한국에서 형성된 감수성이 현대적 언어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감각은 파리라는 맥락 속에서 또 다른 시선과 만나며 새로운 의미를 형성한다. 이번 개관전은 이어져 온 미학이 오늘의 형식 안에서 어떻게 현재형으로 존재하는지를 드러내는 첫 장이다.
윤병락은 사과를 주요 모티프로 삼아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탐구하는 회화를 선보여온 작가이다. 극사실적 묘사와 변형 캔버스를 결합해 화면 밖으로 확장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며, 사과를 통해 기억, 욕망, 그리고 자연의 상품화에 대한 은유를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재현을 넘어 회화를 공간적·조형적 언어로 확장시키며, 관람자에게 감각적 몰입과 동시대적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여성 추상회화 작가인 임미량의 작품은 바람을 닮았다. 기억과 감정에 따른 다양한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바람은 무색무취로 형상이 존재하지 않으며, 흔적도 없다. 고정되지 않으며, 영원히 유동한다. 정의 불가능성(Indefinability)한 바람은 한순간도 멈춤이 없이 끝없이 이동하며 변화한다.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갈구하는 임미량 작가의 붓 터치는 화면의 안과 밖을 연결하며 역동하는 바람의 세계를 이어갈 것이다.
장마리아
장마리아는 고유한 조형 언어를 통해 개인의 감각과 내면의 서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매체와 층위를 활용하여 시간, 기억,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작품은 직관적인 울림과 사유의 깊이를 동시에 지닌다. 그녀의 작업은 동시대적 감각과 개인적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람자에게 새로운 인식과 정서적 여운을 제안한다.
최영욱은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삶의 인과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이다. 백색 돌가루와 젯소를 수차례 쌓고 갈아내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화면 위에 빙렬의 선들을 그려내며, 이를 인간의 삶의 궤적에 비유한다. 그의 대표 연작 <카르마>는 한국적 조형미와 깊은 사유를 결합해 관람자에게 치유와 평온의 감각을 전달한다.
최혜지는 시멘트를 주재료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이다. 아이가 찰흙을 이용해 꼬물꼬물 빚어낸 것 같은 마티에르와 생생한 색채로 우리의 삶을 담아낸다. 마치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하루의 느낌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듯 다채롭게 기록하는 작가는 삶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의 지속으로 바라보며 일상의 나날들을 새롭게 창조한다.
하태임
하태임(Ha Taeim)은 반복적으로 중첩되는 색띠를 통해 감정과 사유를 시각화하는 추상 회화를 선보여온 작가이다. 곡선 형태의 색면과 투명한 레이어를 쌓아 리듬감 있는 화면을 구축하며, 언어를 넘어 색채 자체로 소통하고자 하는 ‘색의 언어’를 탐구한다. <Un Passage>로 대변되는 그녀의 작품은 색의 흐름과 관계를 통해 시간, 감정, 그리고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